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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 첫 시집, 라면의 정치학


[독후 칼럼 혹은 서평/문학과 예술의 향기] 2010/07/18 20:28 Posted by 오르™
신혜정 시인은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등에서 환경 관련 기고 활동을 했던 시인은 현재 독일에서 유학 중이다.

시인은 넓은 초원과 대지에 기댄 몸의 기억을 갈망하며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시인은 우리가 가장 즐겨 먹는 라면에서 현대 문명을 '엄청난 살육의 엑기스를 분말로 만들어 내는 물리학의 기적'이라고 진단한다.

시인은「戀歌」에서 '모든 세상의 말들이 사라지고 고요히 바람 부는 소리만 들리는 기적같은 낙원을 꿈꾼다. 불가능하지만, 서로가 뿌리째 연결되어 잇는 그곳에서 생의 뿌리 깊은 맛을 알몸으로 느끼는 영원한 시간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戀 歌

만약 낙원이 존재한다면
그곳은 나무가 울창한 숲이겠습니다

서로가 뿌리째 연결되어 있는 그곳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태양이 대지를 덥히고
생의 뿌리 깊은 맛을 알몸으로 느끼는
그 시간을 나는 기적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세월을 견뎌온 나무의 기적을
그저 느끼며 살아도
행복하겠습니다

서양 최초의 사람이 따 먹었다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실과가 있다면
나는 제일 먼저 따서
그대에게 건네겠습니다

달고 쓰고 시큼한
진리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영원을 맹세해도 좋습니다

신령한 나무 아래서
오래도록 그대와 나의 벗은 몸을 부끄러워 하며
그 실과를 먹겠습니다

그곳은 모든 세상의 말들이 사라지고 고요히
바람 부는 소리만 들릴 것입니다



- 신혜정, 『라면의 정치학』(북인, 2009)

*  내 삶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온 생체적 온난화의 시간이었다. 적도를 북위 38도쯤으로 데리고 온 듯 체온이 고열을 앓았다.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 열기를 식혀 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나는 시를 썼다.

*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영혼의 유목민이고 싶다.

- 시인의 自序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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