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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 브레인, 숨겨진 뇌의 작동 원리


[독후 칼럼 혹은 서평/심리학의 속살들] 2010/07/16 14:12 Posted by 오르™
샹커 베단텀이 쓴『히든 브레인』은 무의식의 세계를 다룬 심리학 서적이면서도 여느 소설책보다 더 재미있게 읽힌다. 저자 샹커 베단텀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워싱턴 포스트> 과학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고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행동의 결과가 나오는 원인을 ‘히든 브레인’(숨겨진 뇌, 무의식)의 작용으로 보고 인간행동의 심층을 흥미롭게 파헤쳤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의식이 인간의 행동을 점령해 버린 실제 사례들을 마치 소설 속의 사건들처럼 재구성해 읽는 이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저자의 글재간은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찬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모 신문사 서평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 있었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가 쓴 이 책은 현재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가 저자를 혼동하다니!

이 책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은 대니얼 길버트를 그 기자는 저자로 착각하고 말았다. 아마 그 기자도 어떤 무의식적 편향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샹커 베단텀은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보다 더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 기자였다. 덕분에 저자를 오인한 서평을 올린 그 신문은 신뢰성이 추락하고 말았지만.

무의식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운 정신분석학 서적들을 몇 권 읽는 것 보다 『히든 브레인』 한 권을 읽어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샹커 베단텀은 무의식의 작동 원리들을 생생하게 묘사했고, 우리 속에 웅크린 무의식의 세계가 우리 앞에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대낮에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범인의 얼굴을 각인하고서도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쳐 버리게 만들었던 착각, 9 11 사건 당시 89층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죽었으나 88층에 있던 사람들은 살아남았던 이유도 무의식적 편향의 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의 무의식, 즉 숨겨진 뇌는 어떤 케이블 같은 것으로 서로 끈끈하게 묶여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인간의 뇌는 원시 시대의 파충류의 뇌로 퇴화하여 무리 짓게 만든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무리를 짓는 것이 혼자 있는 것보다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월드트레이드센터 남측 타워 89층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남아 있는 쪽으로 야성의 뇌가 서로 묶었고, 88층에는 한 사람이 밖으로 빠져 나갈 것을 외치자 원시의 뇌가 모두 탈출하는 쪽으로 인간을 서로 묶었다는 분석이다.

이 설명을 들으면 카스 R. 선스타인의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가 떠오른다. 모두가 동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초의 이견 제시자가 우리들을 옳은 길로 안내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들의 숨겨진 뇌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연애, 주식투자, 그리고 대통령선거까지 모든 인간의 행동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과 같은 무의식적 편향들이 사실은 우리 속에 숨겨진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섬뜩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매일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고도 호흡을 하며 균형을 유지하며 걸어 다닌다. 이러한 수 많은 반복적인 행동들은 숨겨진 뇌가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숨겨진 뇌는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순간에도 본능대로 생각 없이 움직일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샹커 베단텀의『히든 브레인』(임종기 역, 초록물고기, 2010)은 그러한 무의식의 세계를 조망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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