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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경제학] 행동 경제학의 교본


[독후 칼럼 혹은 서평/경제학 파노라마] 2010/06/27 23:33 Posted by 오르™
비만은 생활습관에 대한 이성적 선택의 결과로 개인이 스스로 허리 사이즈를 결정한 것일까. 당신은 뚱뚱한 사람에 대하여 어떤 관념을 가지고 있는가? 늘어나는 뱃살은 스스로 선택한 이성적인 선택일까. 일단 시장 옹호론자들은 시장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이성적으로 선택한 결과라고 말한다.

의사이면서 지난 15년간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면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동기들을 분석한 피터 우벨은 그의 저서 『욕망의 경제학』(김태훈 옮김, 김영사, 2009)에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당신의 무의식적인 식욕을 자극하여 당신의 뱃살을 늘어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자유시장은 엄청난 기회와 상품을 제공하지만, 자유시장이 가져온 모든 풍요와 함께 사람들에게 나쁜 결정을 내릴 자유도 생겼다는 것이다. 주위를 돌아 보면 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매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 우벨의『욕망의 경제학』은 비만이나 중독에 빠져 괴로워하는 환자를 치료하며 경험한 실제 사례와 행동 경제학 이론을 접목시키며, 자유로운 시장 경제가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게 하지만, 나쁜 선택을 할 자유까지 보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동시에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통제받지 않는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이는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합리적 존재로 가정하는 주류경제학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간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까닭은 자제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담배가 폐암의 원인인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고, 아침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도 늦잠을 자는 것은 자제력이 모라라기 때문이라는 것.

인간은 왜 욕망 앞에서 이성적이지 못하고 자제력을 잃어 버리는 것일까. 저자는 다윈을 인용하면서 인간에게는 '파충류의 뇌'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간은 대뇌피질이 아니라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파충류의 뇌'가 결정을 뒤집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다윈은 인간과 다른 포유류가 감정 표현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는 인간과 다른 포유류가 두려움, 혐오, 배고픔, 분노 등을 표현할 때 비슷한 표정과 몸짓을 보인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파충류 뇌와 포유류 뇌를 버리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층을 더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려면 대뇌의 사고작용 뿐 아니라 그 밑에 자리 잡은 원시적인 뇌의 영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피터 우벨,『욕망의 경제학』(김태훈 옮김, 김영사, 2009)  야성적인 뇌(pp 164-165) 참조

이 파충류의 뇌는 흡연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며, 정크푸드의 해악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인간의 모든 불합리한 성향과 탐욕은 이 파충류가 뇌가 작동하기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업들은 교묘한 마케팅 전략으로 인간들의 이 파충류의 뇌를 작동시켜 지름신을 강림시키키기 위해 오늘도 연구를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피터 우벨은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비만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부드러운 개입을 넘어서 적극적인 간섭을 통해 '세금 정책'을 단행할 것을 주문하는 등의 대안적인 경제 모델을 제시한다. 즉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세금의 일정부분을 돌려주거나 건강에 나쁜 식품을 만드는 기업체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욕망의 경제학』을 읽으면 지유시장경제의 맹정이 보이고, 건강한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감이 잡힌다. 덤으로 야성적이고 충동적인 파충류의 뇌와 더 친해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 내 파충류의 뇌는 이 책의 표지와 편집,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 만약 피터 우벨처럼 책을 출판하는 일이 있다면, 이런 색채와 디자인을 선택할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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