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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글쓰기, 이제부터라도 불펌하지 맙시다!


[독후 칼럼 혹은 서평/어떻게 쓰고 읽을 것인가] 2010/06/12 01:06 Posted by 오르™

글쓰기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는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아주 친한 친구가 '블짓'을 했다길래 왠 일인가 싶어 구경갔다 참으로 뜨악했다. 

남의 글을 '그대로' '긁어' 올린 글이라는 걸 한 눈에도 보였다. 그만큼 그와 나는 친했다. 사람마다 얼굴이 각양각색이듯 글에도 글쓴이의 독특한 개성이 베어 있기 마련이다.  

블로그서핑을 하다 보면 그런 글을 수 없이 봐 왔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그런 일'을 하다니, 더욱이 자기가 쓴 글 처럼 읽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 불쾌감이란, 앞으로 그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참으로 막막하다.

그 친구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스스로 글 쓰기가 귀찮고 어려우니, 남의 글이라도 자기가 쓴 것처럼 행세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의 허세만 생각했지, 정작 글쓴이의 정성과 노력은 생각지 못한 까닭이다.

글쓰기는 때로 산고의 고통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글쓰기를 업으로하는 '글쟁이'들은 어떻게 그 지난한 길에 겁없이 들어서게 되었을까?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기획한 『내 인생의 글쓰기』(김용택 외, 나남, 2008)는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어떻게 글쓰기의 세계로 빠져들었는지를 그들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수년간 개최한 어머니, 청소년 독서 강연회 연사들의 글을 묶은 것이다. 참여 작가를 보면 김용택, 김원우, 도종환, 서정오, 성석제, 신달자, 안도현, 안정효, 우애령 등 9인의 문사들이다.

한 편의 작품을 쓰기 위해 문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창작에 따른 희열과 고통을 어떻게 승화시켜나갔는지, 이 책을 통하여 교감할 수 있다.

그렇다 그것은 시였다. 내가 피 터지며 꿈꾸며 찾아 헤매던 그 알 수 없던 무엇은 시였던 것이다. 그랬다. 내가 시를 버리고 한 남자를 택하면서 나의 병은 깊어갔던 것이다. 시! 그것은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인간적 평화와 사회적 욕망을 반납하고 뜸부기처럼 습한 눈물 속에 젖어 살아가는 그 순간에도 시는 내 안에서 병을 자처하고 소리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 『내 인생의 글쓰기』(김용택 외, 나남, 2008) p 129. 신달자 편

시인의 여자의 길, 문학의 길, 문학적 자전 대목을 읽을 땐 눈시울이 붉어 졌다. 사람들은 말했다. 시인의 불행이 시인의 시를 존재케 한다고, 그러나 시인은 시인에게 덮친 불행에 대하여 온 몸으로 저항했다. 그것이 오늘 날 신달자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동기나 계기나 9인 9색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 같이 책을 탐독했으며, 글쓰는 것을 사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글을 읽지 않고서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세삼 느꼈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에 아홉 문인의 얘기를 담다보니 단편적으로 흘런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저자가 많다 보니, 자뻑하는 문사가 더러 있고, 솔직담백하지 못하고 변명하는 문인들도 더러 있다.

그런 것은 걸러 읽으면 될 일이고, 이 책을 읽고 나서 글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이 생겨나서 불펌하는 블로거가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기대한다. 이제부라도 불펌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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