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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몸을 읽어내는 여덟 가지 시선


[독후 칼럼 혹은 서평/심리학의 속살들] 2010/06/10 00:04 Posted by 오르™
의학의 발달은 인간이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21세기 인류는 수명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 문명의 혜택을 많이 누리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일부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이었던 지식과 정보에 대한 무차별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조클도 21세기 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블로그 운영자이니까 말이다.

언제가부터 웰빙 바람이 거세기 불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현대 과학의 발달은 신의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생노병사의 수수께끼마저도 하나 하나 풀어가고 있다.

줄기세포로 대표되었던 황우석 사건을 떠올려 보면, 인간의 몸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깊고 강력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또 영국에서는 최근 몸, 나체, 포르노, 예술 등에 대한 담론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다윈칼리지가 출간한 『바디, 몸을 읽어내는 여덟 가지 시선(원제 : The Body)』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 공통의 관심사인 몸에 대한 이야기를 8명의 전문가들의 '인간의 몸'에 대한 담론들을 흥미롭게 엮어낸 책이다.

이 책은 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발생과정의 분자생물학적 접근으로 시작하여 인간 게놈 프로젝트, 복제의 생명윤리 등이 거치며 예술과 포르노의 경계를 논한 벌거벗은 몸, 몸과 사이보그, 5천 년 된 빙하 속 미라 아이스맨의 몸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인간의 몸은 단 하나의 세포, 곧 수정란에서 그 생명이 시작된다. 단 하나의 세포에서 어떻게 몸의 서로 다른 수 많은 성인의 세포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분자생물학의 설명을 들으면 무한한 자연의 신비에 빠지게 된다.

침팬지의 게놈[각주:1]은 인간의 그것과 1%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무작위로 추출한 두 사람 사이의 유전 정보의 차이는 0.1%에 불과하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유전적 차이는 무작위로 선정한 두 사람 사이의 유전적 차이에 비해 3천분의 1정도에 불과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극미한 차이 때문에 여성에게 생물학적인 운명을 부과한다.

- 씬 스위니, 이안 호더 외, 『바디, 몸을 읽어내는 여덟 가지 시선』(배용수, 손혜숙 옮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9) p 67.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속담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님을 '과학적'으로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DNA 유전 정보가 단 하나의 수정란에서 어떻게 세포들을 분화시키고 빈틈없이 각각의 위치를 찾아가게 만들어 세포들이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한다는 메카니즘은 자연의 섭리로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그 섭리를 묵묵하게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몸에 대한 자연과학적 담론은 불타는 호기심으로 금세 읽혀지나, 인문학적인 담론은 역시 철학적이고 난해했다. 인문학적인 이해와 기초지식이 없이 이 책을 읽는다면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여성성과 주체성, 섹슈얼리티를 다룬 벌거벗은 몸에 대한 부분도 읽긴 읽었으되 문장들이 계속 겉돌기만 했다.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는 것 만큼이나 혼란스러운 문장들이 끊임없이 내 정신을 괴롭혔다. 다만, 이 시대의 버지니아 울프라 할 수 있는 미국 현대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음악 : 핑그와 불루 Ⅱ"라는 신비롭고 상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장, 5천 년 된 빙하 속 미라 '아이스맨의 몸'은 소설보다 재미 있었다. 그야 말로 '우연히'  호스렙조크 바위협곡에서 발견된 이 5천년 된 미이라, 아이스맨에 대하여 저자는 발견과정에서부터 그가 왜 높은 산에서 죽게 되었는지를 의학과 고고학, 그리고 다양한 과학적 지식으로 탐구한다.

5천년 전에 이미 아이스맨은 코트를 입고, 손에는 활과 도끼를 도끼를 들고, 허리 춤에는 단도와 칼집을 차고 신발을 싣고 돌아다니며 부싯돌로 불을 피우며 야영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과연 믿어지는가! 더욱이 350킬로미터에 걸친 거래 행위가 이미 선사시대의 삶의 한 부분이었음을 과연 믿어야 할까.

이 책은 몸에 대하여 자연과학과 인문학적인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해 준다. 다소 어렵지만, 몸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균형적인 시각을 접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하며, 일부 바이러스의 RNA를 제외하고 모든 생물은 DNA로 유전정보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DNA로 구성된 유전 정보를 지칭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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