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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의 신자유주의 비판


[독후 칼럼 혹은 서평/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도서] 2010/01/11 20:00 Posted by 오르™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고 나면 매우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 동안의 천편일률적으로 알고 있었던 ‘경제상식’들이 뿌리 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방부가 2008년 금서목록에 이 도서를 추천했을 것이다.

경제 성장을 위하여 “국영 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 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해제, 외환 자유화 등을 통하여 세계화를 달성해야한다[각주:1]”는 것은 의심 없는 지상 과제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교수는 위에서 열거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교리들을 하나하나 남김없이 각개 격파한다. ‘개방’과 ‘세계화’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던 신자유주의적 파고는 저자의 아홉 꼭지를 넘고 나면 조악한 거품으로 부글거리는 듯 하다.

일반인들을 위한 경제 교양서로 복잡한 자유주의 경제학의 숨은 원리들을 풀어쓴 이 책은 풍부한 연구 자료와 생생한 사례들을 탄탄한 논리전개와 독특한 구성방식, 매력적인 문체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경제학서적이지만 소설을 읽는 것만큼 재미가 넘쳐난다.(장하준 교수! 소설을 출간해도 되겠소!)

저자가 말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IMF, 세계은행, WTO의 ‘사악한 삼총사’와 이들을 통제하는 부자 나라들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흡사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그렇게도 혹독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들이댔는지 고개가 끄떡여진다.

또한 부자 나라들이 그들이 신봉하는 시장논리를 제쳐두고 외국인 직접투자에 장애가 되는 빗장을 걷어치우기 위해 그렇게도 싫다는 개발도상국들을 국제 협정 테이블에 필사적으로 끌어내려던 속셈도 들여다보인다.

오래 전에 철저한 보호무역으로 부자 나라가 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지들처럼 보호관세나 보조금을 통하여 자국산업을 보호하여 거인으로 탄생될까 두려운 까닭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사악한 삼총사들을 앞세워 갖은 수단들을 동원하여 개발도상국들을 과거에도 짓밟았으며, 오늘도 짓밟고 있으며, 내일도 짓밟으리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조금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저자와 같이 호흡할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경제성장이 오로지 개발독재와 대기업의 무공이라는 공치사가 아닌가. 저자의 말대로 대한민국은 1961년 1인당 국민소득 82달러에서 무려 244배인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라는 경제성장의 기적을 2007년 달성하였다. 누가 이루었는가.

그 과정에서 저자가 그렇게 자랑해 마지않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의 거인들이 탄생했다. 국가가 울타리를 쳐서 이러한 거인들이 탄생하였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보호의 결과물이다.

그러함에도, 대기업들은 저간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여전히 자국민들을 홀대하고 있다. 수출품과 내수용의 품질이 다르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높은 관세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고, 애국심이라는 미명아래 울며 겨자 먹기로 대부분의 서민들은 국산차를 타고 국산품을 애용한다. 대기업 총수[각주:2]들은 국민들의 이러한 마음을 아는가.

진정 대기업과 개발독재가 아니었더라면 부자나라로 가는 일이 전혀 없었더란 말인가.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연구와 검토가 없는 것은 유감스럽고 아쉬운 부분이다.

저자의 논리를 국내기업내에서 적용한다면, 지금 우리들의 대기업들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되어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들을 거인이 되지 못하게 짓밟고 있다는 혐의를 두면 지나친 비약인가.

비판적 책 읽기를 위하여 일전에 읽은 벤자민 프리드먼의 <경제성장의 미래>를 다시 읽어 볼 일이다. 민주적인 사회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거나 담보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는 견해에서 두 경제학자의 견해는 일치하지만, 국가 구성원인 시민들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많이 향유할수록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관대한 사회가 되어 경제성장과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는 벤자민의 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드 그린 CODE GREEN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의 저자 토머스 L.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는 저작도 읽어 봐야 할 일이다. 세계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기울어진 경기장인지 조클닷컴이 아직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데이비드 스믹의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또한 읽어 봐야겠다. 갑자기 할일이 많아졌다.

* 경제학관련 서적을 처음 읽고자 하시는 분들을 이 책으로 시작하신다면, 탄탄하게 균형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우리는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는 까닭입니다.


도서 : 장하준, 이순희 역, <나쁜 사마리아인들>, 부키, 2007년
  1.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그의 저작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세계화 경제에서 성공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꼽은 황금 구속복(golden straitjacket)이라는 방법론들. 장하준 교수는 이 원칙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pp. 39~68) [본문으로]
  2. 삼성 이건희는 어떤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으로 회사에 227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차명 주식거래로 양도세 456억 원을 포탈하고도 형 확정 4개월 만에 신속하게 사면하는 것이 그 동안 거인을 키워준 답례인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0’에서 두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광고를 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에게 보여줄 모습인가. 그가 잡아야 할 손은 딸아이가 아니라 이름 모를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손이 아니던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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