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이리스>는 시나리오상 17회 이후는 드라마를 조용하게 정리하는 것이 수순이다. 그런데 드라마 제작진은 시청률이 주춤하자 다시한번 슬그머니 시청자들을 꼬여들일 비책을 마련했다.
그 동안 비중이 약했던 김태희를 반전의 핵심축으로 삼아 최승희와 아이리스의 상관관계를 맞추 보라는 고난이도의 퍼즐 게임을 시청자들에게 출제했다.
아이리스 18회에서 NSS의 해커요원 양미정(쥬니 분)이 빅(탑, 최승현)에게 죽고, 김현준(이병헌)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최승희(김태희)는 이 때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은 후, 잠든 김현준을 호텔에 두고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되면서 최승희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데 성공했다.
자, 그렇다면 제작진이 출제한 퍼즐게임은 재미있게 풀어보는 것이 시청자의 도리이다.
퍼즐을 풀기위해서는 제작진이 제시한 단서들에 충실해야 함은 기본이다. 모든 답은 퍼즐 조합들이 그동안 뱉어낸 '말'들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각 조합들을 검증해 보면 의외로 제작진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몇 장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승희 정체에 대하여 제작진이 제시한 단서들은 다음과 같다.
01 백산(김영철)이 진사우(정준호)에게 말한다. "너의 고민이 뭔지 이해는 하지만 (백산과의 관계와 관련해서) 최승희에 대한 의문은 버려라. 이건 충고가 아니라 경고야. 네 맘속에 최승희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가장 위험한 짓이야"
02 "최승희(김태희) 문제도 명령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백산이 아이리스 보스로 보이는 인물과 통화하며 말한 내용이다.
03 김선화(김소연 분)는 북한 아이리스 관련자에게 받은 파일을 검토하던 중 최승희의 기록을 발견, 아이리스가 최승희를 타킷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한다.
04 “미안하다. 지금은 (그동안 어디 갔다 왔는지)말하기 힘드니 넘어가 달라” 연락이 두절된채 사라졌다 NSS 나타난 최승희가 현준에게 말한다.
05 아이리스 은신처 지하실에 누군가 감금되어 있고, 오직 백산만이 출입하고 있다.
06 "한가지만 말해주지, 넌 금단의 열매를 먹어서 벌을 받은거야, 내가 설계한 네 인생은 절대로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거든" - 백산은 자신이 명령을 어기고 어린 현준을 살려줬으며, 다시 현준을 제거하려 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02 "최승희(김태희) 문제도 명령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백산이 아이리스 보스로 보이는 인물과 통화하며 말한 내용이다.
03 김선화(김소연 분)는 북한 아이리스 관련자에게 받은 파일을 검토하던 중 최승희의 기록을 발견, 아이리스가 최승희를 타킷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한다.
04 “미안하다. 지금은 (그동안 어디 갔다 왔는지)말하기 힘드니 넘어가 달라” 연락이 두절된채 사라졌다 NSS 나타난 최승희가 현준에게 말한다.
05 아이리스 은신처 지하실에 누군가 감금되어 있고, 오직 백산만이 출입하고 있다.
06 "한가지만 말해주지, 넌 금단의 열매를 먹어서 벌을 받은거야, 내가 설계한 네 인생은 절대로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거든" - 백산은 자신이 명령을 어기고 어린 현준을 살려줬으며, 다시 현준을 제거하려 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이에 대하여 시청자들이 풀이한 답들이 시나리오와 부합하는지 하나 하나 검증해 보자.
01 최승희는 아이리스 보스의 연인이다.
시청자들은 백산이 현준에게 언급한 ‘금단의 열매’라는 표현은 보통 딸보다는 연인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므로 승희가 보스의 사랑하는 연인일 것이라는데 더 무게를 두었다. 이는 이병헌과 김영철이 공연했던 <달콤한 인생>의 시나리오와 부합한다.
또 제작진들이 당초에 최승희를 백산의 딸로 설정하려고 했으나 눈치빠른 네티즌들로 인하여 포기한 전력이 있다. 제작진의 남은 카드는 최승희를 어떻게든 아이리스 보스와 연계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최승희가 아이리스의 연인이라는 설정은 설득력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아이리스 보스가 그녀의 연인이었다면, 최승희가 아이리스에 대해서 조금도 '감'을 잡지 못하고 행동했을 리가 없고 북한 아이리스 관련자에게 받은 파일에 최승희 기록이 들어 있을리가 만무하다. 연인은 원래 숨기는 법이다.
02 최승희는 일란성 쌍둥이고 현준의 연인 최승희는 이미 헝가리에서 차가 폭발했을 때 죽었다.
우리 네티즌들의 상상력은 정말 어마 어마한 작가 수준이다. 최승희가 실은 일란성 쌍둥이로 진짜 최승희는 ‘아이리스’ 5회에서 현준과 도주 중 차가 폭발했을 때 이미 죽었다는 것.
그러나 승희와 현준이 재회하여 차 폭발당시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승희는 사우의 전화를 받고 폭발 직전에 차에서 탈출했다고 현준에게 말한다. 쌍둥이라는 설정은 매력적이지만 제작진이 이 카드를 쓰기엔 전체 시나리오를 훼손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
03 최승희가 아이리스 보스 또는 후계자이다.
최승희를 아이리스 후계자로 보는 설정 또한 그동안 흘러온 스토리와 부합하지 않는다. 최승희는 아이리스의 실체를 어렴풋하게나마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후계자를 그렇게 변방에 방치한 시나리오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04 아이리스 보스는 최승희의 오빠 또는 양부모이다.
최승희와 킬러 빅(탑)이 친남매간이며, 이들 남매가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아이리스 보스에게 입양됐다는 네티즌들의 전제는 흥미롭다.
이 설정은 백산이 그동안 여러차례 김승희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험을 감수한 동기를 보충해 준다. 그러나 이 설정에는 한가지 흠이 있다. 이 역시 아이리스의 연인이라는 설정과도 같이 조직의 핵심을 너무 방치하는 시나리오가 되어 제작진이 이 카드를 쓰기엔 무리다.
그럼, 그간 흘러온 스토리와 부합하면서도 최승희와 아이리스를 연계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내가 만약 제작진이라면 다음의 카드를 쓰고 싶어할 것이다.
백산과 승희의 어머니는 연인사이었다. 그러나 승희의 어머니는 백산의 야욕을 알고 현준의 아버지와 결혼했다. 재색을 겸비했던 그녀는 아이리스에 의해 납치되어 보스와 강제 결혼하자마자 승희를 낳게 된다.
한편 재혼한 현준의 아버지는 명령을 받은 백산에 의해 살해된다. 그러나 백산은 옛 연인의 아들이었던 현준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현준의 인생을 설계하기로 마음 먹는다. 현준을 살린 것은 버림받은 남성 특유의 복수심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아이리스의 후계자로 키울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승희의 어머니는 승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아이리스 비선조직을 통해 그녀를 위험에서 구출해 낸다. 백산이 전화에서 "최승희(김태희) 문제도 명령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라고 말한 상대방은 보스의 조직인지, 승희 어머니 조직인지 분명하지가 않다.
백산이 말한 '금단의 열매'는 현준의 근친상간에 대한 은유다. 백산이 현준을 제거하기 위해 승희를 보내겠다고 하자 사우가 어쩔 수 없이 나서는 까닭이다. 그가 사랑했던 승희가 오빠에게 총을 겨누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였다.
현준 또한 동생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그 얼마나 비극적인 일이겠는가. 친구를 위하여, 연인을 위하여 사우는 악역을 자처한다. "언제나 넌 나에 대해서 알았던 적이 한번도 없어"라고 사우가 현준에게 했던 말을 떠 올려 보라.
사사건건 딸을 보호하려는 승희의 어머니에게 분노한 보스는 아이리스 은신처 지하실에 승희 어머니와 승희를 만나게 하고, 현준을 제거하지 않으면 둘다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백산을 통하여 경고하게 한다.
이러한 내막을 알게 된 사우는 백산을 처치하게 되고, 현준과 승희를 마지막으로 대면하게 되는데…….
한편 재혼한 현준의 아버지는 명령을 받은 백산에 의해 살해된다. 그러나 백산은 옛 연인의 아들이었던 현준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현준의 인생을 설계하기로 마음 먹는다. 현준을 살린 것은 버림받은 남성 특유의 복수심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아이리스의 후계자로 키울 욕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승희의 어머니는 승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아이리스 비선조직을 통해 그녀를 위험에서 구출해 낸다. 백산이 전화에서 "최승희(김태희) 문제도 명령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라고 말한 상대방은 보스의 조직인지, 승희 어머니 조직인지 분명하지가 않다.
백산이 말한 '금단의 열매'는 현준의 근친상간에 대한 은유다. 백산이 현준을 제거하기 위해 승희를 보내겠다고 하자 사우가 어쩔 수 없이 나서는 까닭이다. 그가 사랑했던 승희가 오빠에게 총을 겨누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였다.
현준 또한 동생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그 얼마나 비극적인 일이겠는가. 친구를 위하여, 연인을 위하여 사우는 악역을 자처한다. "언제나 넌 나에 대해서 알았던 적이 한번도 없어"라고 사우가 현준에게 했던 말을 떠 올려 보라.
사사건건 딸을 보호하려는 승희의 어머니에게 분노한 보스는 아이리스 은신처 지하실에 승희 어머니와 승희를 만나게 하고, 현준을 제거하지 않으면 둘다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백산을 통하여 경고하게 한다.
이러한 내막을 알게 된 사우는 백산을 처치하게 되고, 현준과 승희를 마지막으로 대면하게 되는데…….
쓰고 보니 소설이 되었다. 어째튼, 다음 주 단 2회분을 남겨둔 <아이리스>는 스케일, 긴박감, 형식미 등에서 빼어난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달구었고 내년에 스핀 오프(spin off) 시리즈로 시즌 2를 제작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럴듯한 시즌 드라마가 하나 생겨났다.
제작진들은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아이리스 결말을 선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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