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점퍼를 산 이유는 무엇일까. 브렌우드와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한 박지성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고, 점원이 요즈음 옷은 거의가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코리아인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57만원에서 30% 디스카운트한 39만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맨큐의 경제학을 읽고 있던 터라 집에 와서 경제적으로 점프를 구매하였는지 생각해 보았다. 전통 경제학에 따르면 개인은 이기적이고 독립적이며 합리적이고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며,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그런데, 나는 내가 산 점퍼의 가치가 왜 39만원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가치도 계산할 줄 모르면서 옷을 구매한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인가. 경제학 교과서를 읽다보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균형가격이 결정된다는 말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은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이러한 의문들을 시원하게 파헤친 행동경제학 입문서다. 경제학 서적이면서도 그렇게 난해하지도 않고, 일상생활에서 끌어 낸 사례들은 현실감이 풍부하여 금방 공감이 간다.
대부분 행동경제학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전통적인 경제학이 얼마나 왜곡된 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피트 런은 경제학자들이 관습적으로 채택해 온 단순화된 인간상은 우리 본성 가운데 일면만 골라내 극단적으로 과장시킨 풍자만화 속 인물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어느 정도 독립적, 합리적, 이기적인 물질주의자이기는 하지만, 전통경제학자들이 전제하는 것처럼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전통경제학이 가정하는 인간상과는 달리, 현실의 인간은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교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섯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고 한다. 교환물의 가치에 대한 초기 판단에 있어 벌써 3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잡지에서 신뢰도 통계를 보고 전기제품을 사도 운(L, luck)이 나쁘면 툭하면 망가지는 제품을 사게 된다든지, 처음부터 가치를 잘 못 계산하는 실수(M, mistake)를 저지르거나, 생각지도 않았던 결함이 들어 있을 수 있는 놀라움(S, surprise)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거래를 하는 환경 또는 그 환경이 변함에 따라 다음의 3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상대방은 부정직(D, dishonest)할 수 있으며, 나중에 일어나는 사건(E, event)으로 인해 획득한 물건의 가치는 변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나보다 더 많은 정보(I, Information)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거래는 이 여섯 가지 장애물의 여러 조합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여섯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인해 거래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를 저자는 ‘MISLED’(잘못 이끌린, 속은)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래를 하는 환경 또는 그 환경이 변함에 따라 다음의 3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상대방은 부정직(D, dishonest)할 수 있으며, 나중에 일어나는 사건(E, event)으로 인해 획득한 물건의 가치는 변할 수 있으며, 상대방이 나보다 더 많은 정보(I, Information)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거래는 이 여섯 가지 장애물의 여러 조합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여섯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인해 거래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를 저자는 ‘MISLED’(잘못 이끌린, 속은)되었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경제 기회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갖는다는 전통 경제학의 단순한 전제에서는 ‘ MISLED’될 가능성이 있을 수 없지만, 피트 런은 ‘MISLED’될 가능성은 거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본다. 거래가 시작된 초기부터 속임수를 피하는 기술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도구였을 것이고, 현대에도 그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현실에서 자주 ‘MISLED’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가지 썼네, 당했네, 속았네, 광고에 순진하게 넘어갔어, 전문가한테 된통 걸린 거야.”라고 말할 때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우리가 거래가 할 때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반복되는 거래를 신뢰하며 사고파는 물건에 생기는 미세한 차이를 인식하고 기억한 우리들의 경제 본능이 우리에게 신중하라고, ‘MISLED’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 때문이다.
일단 지름신이 강림하여 물건을 소유하고 나면 현실의 사람들은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 애착을 느끼며 두 배가량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행동경제학은 이를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그런 성향을 가지는 것은 다른 물건과 맞교환할 때 일어날 수 있는 ‘MISLED’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MISLED’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익숙함을 찾는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익숙함에서 멀어질수록 ‘MISLED’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인간은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에 의해서 광고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익숙한 제품에 호감을 가진다.
소유는 익숙함을 낳고, 이러한 본능은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떠 않지 않으려는 ‘위험회피 성향’이나 구관이 명관이라는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 일단 무언가를 믿게 된 사람은 그 생각을 좀처럼 바꾸지 않으려는 ‘신념보존편향(Belief Perseverance)' 등과 연결되며 신중함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단순히 상호 이득이 된다고 해서,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거래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단순히 상호 이득이 된다고 해서,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거래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이 책은 전통 경제학의 고정관념을 뒤엎어버리는 논쟁적인 논점들을 제공한다. ‘경쟁’이 화두가 되어버린 이 사회에서 새겨들을만한 주장들이 많다.
가령 전통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이 창출한 이득은 당연히 개인에게 분배되어야 함에도 현실에서는 성과급여제를 실시하는 회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라 조직 속에서 끊임없이 사회적 신호로 상호작용하며, 조직은 동료들 사이 또는 직원과 고용주 사이의 자발적 호의 교환에 크게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가 우수 직원을 불량 직원과 차별화하지 않으려는 ‘평균지향 편향(Centrality Bias)'이나 실적 나쁜 직원의 점수를 올려주는 ‘관대화 경향(Leniency Bias)'을 통해 개인 보다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경제 본능이 발동한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가장 일관되게 나오는 연구결과는 집단 정체성이 경제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부분이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 최후통첩 게임, 신뢰 게임, 공공재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집단 소속감을 강하게 느낄수록 집단 구성원들끼리 더 많이 협력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개인이 ‘우리’의 일원이라고 얼마나 강하게 느끼느냐에 따라 집단 정체성과 생산성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전통 경제학의 망령에 포섭되어 살지나 않았는지 되돌아 볼이다. 이제는 원초적 본능(이 책의 원제는 ‘Basic Instincts’ 이다)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그리고 내가 구매한 브렌우드 점퍼가 ‘MISLED’된 선택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벌써부터 내 점퍼를 보유한 효과를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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