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미사일 확산 문제는 오바마가 말한 대로, “(양국은) 북핵 6자 프로세스에 대해 결정적이고 포괄적인 핵무기 해결책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일괄타결 방안)이라는 용어는 체질적으로 한탕주의(‘원샷 딜’)를 싫어하는 오바마의 입에서 끝내 나오지 않았다. 좀 새로운 것이라면 내년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만나 미래지향적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토록 합의했다는 정도다.
기대를 모았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도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엄청난 무역불균형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미의회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외 의제들도 선언적 합의에 그쳤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는 정도다. 구체적으로 뭔가 내 놓을 것이 없을 땐, 포괄적이고도 전략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들 말한다. 열심히 구름을 잡는 셈이다.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나 한미간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의제로 삼지도 않았다. 우리는 아무 것도 받지도 못한채,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요원 확대라는 선물을 줬을 뿐이다.
오바마가 한국에 오기 전에 일본과 중국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자민당 전 정권의 '친미추종외교'를 버리고 '대등한 일미관계'를 내세운 일본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 일정이 남아있는 오바마 대통령을 두고 싱가포르로 가버렸다. 이제 미국 따위는 무섭지 않다는 자신감이다.
중국은 오바마 방중 때 G2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오바마가 무엇이라고 말하든 코웃음만 쳤을 뿐이다. 위안화 절상 압력같은 소리하지 말라는 투다. 중국은 중국을 'G2'로 부르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중국이 G1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바마도 일본과 중국에서는 열심히 행사에 뛰어 다니다 한국에 와서는 밤새 틀어박혀 잠만 자다가, 정상회담 조금한 후에 주한미군 장병들을 격려하고는 한국과 바이 바이할 생각이었다. 너무 조촐하지 않은가? CNN도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보도하면서 중국과 일본만 거론하고 한국은 빼버렸다고 한다. 보도거리가 없었을 것이다.
북핵 문제가 있는데도 클린턴 국무장관은 동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 오면서 무엇을 생각하며 왔을까.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잠만 자다 갈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한나라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한미관계가 돈독하다고 자랑한다. 정상회담의 목적이 돈독함의 과시인가, 아니면 일본, 중국처럼 미국과 경쟁하며 국익을 신장하기 위함인가.
오바마로써는 일본과 중국이 버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20시간 20분 동안이나마 좀 쉬면서 그래도 혈맹이라면서 변치않는 의리에 충만한 한국을 도닥거릴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미국도 이제 외로운 나라인 것이다.
다음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방환 때,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I am grateful for the wonderful hospitality of the Republic of Korea. May the friendship between our two people be everlasting"
"나는 대한민국의 황홀한 접대에 기쁘다. 우리 두 사람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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