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와 계약 당시 김수현 작가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수정해야하는 이유로 나를 납득시키면 이의없이 수정해 주겠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임상수 감독에게는 "당신의 능력을 믿으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마음 놓고 보충해 봐라. 내가 납득할 수 있으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임상수 감독은 추석 직전에 수정 보완의 차원이 아닌, 완전히 새로 쓴 시나리오를 김수현 작가에 주었다고 한다. 즉 김수현 작가의 대본에서 살아 남은 것은 "초입의 한 장면 반토막과 나오는 사람들 이름 뿐"이었다고 한다.
김수현 작가는 도대체 대본을 다시 쓴 이유를 임상수 감독에게 물었고, 감독은 "이건 선생님 대본이에요. 선생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저보고 처음부터 이걸 쓰라고 했으면 저는 이렇게 못썼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의 답변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우격다짐으로 받아들인 김수현 작가가 마지막으로 "수정된 시나리오를 용인할 수가 없으니 어쩔 거냐"고 했고, 감독은 "한번 믿고 그래 네 마음대로 만들어봐라 할 수는 없냐"고 우기다가 마지 못해 "할 수없죠, 제가 선생님을 따러야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는 "그의 대본 중에서 골라 쓸 수 있는 게 있으면 수정본에 끼워넣어주겠다"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김수현 작가는 "그의 대본 중에서 골라 쓸 수 있는 게 있으면 수정본에 끼워넣어주겠다"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그 후 제작자와 감독이 감감 무소식으로 있어서, 김수현 작가가 약 일주일 전에 제작자와 통화하여 임상수 시나리오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모양이다. 임상수 시나리오로 영화가 간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한 김수현 작가는 영화 <하녀>에서 빠진다고 말했고, 시나리오를 완전히 회수했다고 한다.
다음은 김수현 작가가 밝힌 임상수 감독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다.
'시간을 내 주신다면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야단 맞고 용서를 바란다'
'이 작업에서 김수현이 빠진다면 임상수는 세상에 도둑놈 사깃군 밖에 더 되겠는냐'
- 임상수 감독
'사과 필요없고 야단칠 의욕없고 용서 할 수 없다'
- 김수현 작가의 답장
'이 작업에서 김수현이 빠진다면 임상수는 세상에 도둑놈 사깃군 밖에 더 되겠는냐'
- 임상수 감독
'사과 필요없고 야단칠 의욕없고 용서 할 수 없다'
- 김수현 작가의 답장
만약, 김수현 작가가 밝힌 저간의 사정들이 사실이라면, 작가의 대본이 자신이 다룰 수 없을 만큼 조악했다면, 김수현 작가가 말하는 바와 같이 임상수 감독은 응당 "'나는 이 대본으로 연출 못하겠다'고 연출 포기를 했어야 옳았다.
문제의 요지는 이렇다. 김수현 작가는 "시나리오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 작가의 동의하에 수정한다"라고 제작자와 계약한 것으로 보아지고, 임상수 감독 또한 시나리오를 완전히 수정했다가 김수현 작가가 그런 식의 수정은 용인할 수 없다고 하자, 작가의 의향대로 따르겠다고 확답 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제작자와 작가는 위 계약을 무시하고, 김수현 작가 앞에서는 시나리오 수정에 대해 안심시켜 놓고, 감독 시나리오대로 영화 제작을 강행했다는 사실이다. 시쳇말로 뒤다마를 아주 심하게 깐 셈이다.
나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사랑과 야망>(1986)을 아주 조금 본 것 외에는 본 것이 없으니,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임상수 감독의 작품도 <바람난 가족>(2003)과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2편을 봤을 뿐이다.
영화계에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와의 갈등은 늘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아마도 영화라는 것이 전적으로 감독의 철학이 영화의 전 과정에 투영될 수 밖에 없는, 영화감독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감독의 권한이 전능하다고 하더라도, 감독에게 계약을 무시하거나 위반할 권리까지 주어져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무릇 계약이라는 것은 계약 쌍방이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최선의 노력으로 계약의 목적을 이행할 것임을 서로 약속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수현 작가의 말대로라면, 임상수 감독과 제작자는 김수현 작가를 완전히 무시하고 강행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그들에겐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 나면, 김수현이라도 별 수 있겠느랴는 사기꾼의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워지는 까닭이다.
아니면, 김수현 시나리오는 드라마에는 통할지 몰라도 영화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니, 그녀의 이름만 차용하자는 게 제작사의 당초 속셈이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의문들에 대해서 제작사와 감독의 수긍할 만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김수현 작가의 말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제작자와 감독은 당당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나는 김수현 작가가 격분한 나머지 사실과 다르게 과장되게 말하거나 말하지 않은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제작자와 감독에게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겠거니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제작사인 미로비젼은 이에 대한 반론은 없이, 김수현 작가의 자진 하차와 상관없이, 영화 촬영은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태도라고 한다. 김수현 작가의 강력한 의사 표현이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일까.
덧붙혀 아쉬운 것은, 이 영화의 주연 배우 전도연은 어떻게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하녀>를 택했는가 하는 점이다. 좋은 배우는 인기 작가나 감독을 보고서 무작정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나리오를 보고서 작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 전도연은 그저 인기를 쫒아가는 삼류배우에 불과한 배우였던가. 그래도 명색이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가 아니었던가.
아무튼, 이번 일이 영화계의 불공정한 관행들을 시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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