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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게임의 법칙 * 꿈은 포기할 수 없는 것


[독후 칼럼 혹은 서평/경제학 파노라마] 2009/10/14 23:05 Posted by 오르™
<윌스트리트 게임의 법칙(원제 : Monkey business)>은 하버드와 와튼스쿨 MBA 출신의 두 젊은이의 욕망과 좌절, 그리고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과감없이 담아낸 비지니스 소설이다. 두 젊은이는 존 랄프(John Rolfe), 피터 트룹(Peter Troob)이다.

이 책은 랄프와 트룹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꼭 한 사람이 쓴 것 같이 자연스럽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하여 영혼까지도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절친한 친구였다.

랄프와 트룹은 어떻게 하버드와 와튼스쿨 MBA에서 투자은행에 입사하게 되었고, 2년 남짓한 투자은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고군분투 했는지를 아주 정직하면서도 재기가 넘치는 유려한 문체로 그렸다.

랄프와 트룹은 젊은이답게 꿈과 영광을 꿈꾸었고, 마침내 투자은행 입사라는 꿈을 이룬다. 그들에게는 비젼과 영감이 필요했고 성취해야 할 목표와 대상이 있었던 것이다. 꿈과 야망을 향하여 매진해 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항상 아름답다.
 
그들은 크게 성공하기를 꿈꾸었고, 목표를 이루고 인생을 즐기기를 원했다. 그들의 비전은 흔히 젊은이들이 꿈꾸기를 좋아하듯이 나약한 인간들 틈에 거인처럼 우뚝 서는 것이었다! 그 지름길로 랄프와 트룹은 도널드슨 러프킨앤젠레트(Donaldson, Lufkin & Jenrette 이하 DLJ[각주:1])을 택했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막강한 부, 권세, 지적인 도전, 행복 그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찬란한 꿈들이 영혼 속에 불타오르는 가운데 그들은 모든 투자은행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월스트리트 게임의 법칙>의 저자들은 지나치게 정직하고 때론 성적 욕망들을 여과없이 드러내어 가끔 독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랄프가 DLJ에 입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실력때문이 아니라, 그의 여자친구 베로니카 덕분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정직한 회상을 한다.

베로니카의 매력적인 가슴이 당구대에 걸려 출렁거리는 틈을 타서 그녀는 DLJ 채용관 이브스를 사로잡았고, 그녀의 적절한 터치와 포옹 그리고 애교 섞인 눈 흘김으로 교묘히 포장된 베로니카의 감언이설로 합격했을지도 모른다고 랄프는 생각한다.

이 책에는 투자은행원들이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는지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투자은행에 꿈을 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다.

특히, 피치북(pitch book, 인수합병 딜 제안서)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문자 그대로 눈물겹다. 초안을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인쇄작업을 완료할 때까지 투자은행원들의 고통들을 대리체험할 수 있다. (저자들은 소설가 못지 않는 필력을 자랑한다)

트룹이 시간 내에 복사하기 위해 복사실 직원들을 쉐나니건스클럽에 데려가서 랩댄스[각주:2]를 선사해 준다는 말을 들을 때는, 사람이 작동되는 원리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트룹과 랄프는 DLJ에 입사하여 지낸 첫 주와 첫 달은 숨넘어갈 정도로 힘에 부쳤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제안서 작성, 조작된 기업가치 평가, 워드프로세싱 부서에 아첨해야 하는 긴긴 밤, 복사실 히스패닉 작업부들에게 바쳐야 하는 뇌물들, 이러한 무익한 것들은 젊은 투자 은행원이 꿈꾸어 왔던 미래가 결단코 아니었음 차츰 깨달아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빅딜을 주관하고 거물급 뱅커가 되어 윌스트리트를 호령할 그날을 꿈꾸었다. 선택받은 인간이라는 착각은 그들을 지탱해 주었고, 그들은 여전히 윌스트리트 드림을 꿈꾸고 이상을 간직한 채 하루 하루를 버텨 나갔다.

그들은 거의 매일 책상에 앉은 채 점심을 먹었고,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것조차 근무태만의 신호로 간주되었다.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가 업무의 절정을 이루는 시간이다. 제안서 초안을 짜고, 수익모델을 만들고, 비교분석을 업데이트하고, 필요한 수백가지의 메모를 작성했다.

자정 후 세션은 세벽 2시, 5시, 때로는 오전 8시에 끝나기도 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적어도 다음 날 아침 일상적인 업무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라도 임무를 완료하고 장렬히 전사하는 것이었다!

DLJ는 그들의 빈약한 몸뚱이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까지 쥐어짤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있었고, 그들은 새장 안에 갇힌 실험실 쥐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녔으며 항상 긴장된 에너지로 충만해 있었다. DLJ는 이 착취의 고통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돈이라는 마약을 사용했다. 그것도 연봉 20만불을!

랄프와 트룹은 이 모든 쓰레기 같은 삶의 결말은 무엇인지, 깨지고 터지고 망가질 수 밖에 없는 업무 환경, 갑갑한 참호 안에 갇혀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하는 나날이 그들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문하곤 한다.

적어도 밤마다 꿈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확인시켜 줄 수 있었지만, 새벽녘 동이 트면 피할 수 없는 공동 운명을 향해 행진하는 투자은행의 장난감 로봇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깨달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들과 동료들은 저녁식사 시간[각주:3]을 그들의 모든 상사들을 '비열한 개자식', '좆 같은 놈', '꼴통' 등으로 부름으로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집단 배출구로 삼았다. 그렇게 한다고 원초적인 그들의 스트레스가 풀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랄프는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수컷이고, 욕구를 갖고 있었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 주는 여자가 필요했고, 그들과 함께 쾌락을 누리고 싶었으나, 그에게는 여자가 없었다.

랄프는 자위를 통해 욕구를 만족시켜야 할 필요성과 본능적인 열정의 분출로 인하여 나는 투자은행 부서에서 가장 튼튼한 팔을 가진 자칭 '6백만 불의 사나이'가 되어 있었다!

반면 트룹은 아름다운 애인 마조리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건만, 그녀와 보낼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었다. 토라진 그녀를 달래기 위해 터키 여행을 약속해 놓고서도 회사일 때문에 터키에 혼자 가있는 마조리를 바람맞혀야만 하는 비열한 트룹이 되어 있었다.

내가 거울을 보았을 때 거울에 비친 낯선 사람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나에게 존엄성 따위는 없었다. 나는 내가 원했던 모습에서 너무 멀어져 있었다. 나는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 "닝기리, 씨팔····. 이제 더 이상은 못해 먹겠어!" 나는 지옥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 트룹의 생각 중에서

랄프와 트룹의 말처럼 어떤 직업이든 그것이 삶의 전부인양 자신을 던져 일에만 매달리다 보면, 당신이 스스로 멈추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이라면,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랄프와 트룹이 그랬듯이.

지금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남기고 온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우리가 아직도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 <월스트리드 게임의 법칙> 중에서

♣ 랄프와 트룹은 그들의 영혼을 저당잡혔던 DLJ를 용감하게 뛰쳐나와 그들의 새로운 삶을 찾는데, 성공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도전과 욕망, 그리고 새로운 삶을 향한 용기가 부러웠음은 숨길 수 없다.

출처 : 존 랄프(John Rolfe), 피터 트룹(Peter Troob) 저 / 최재형 역, <월스트리트 게임의 법칙>, 위즈덤하우스, 2008. 12. 5.
도서평점 : 4.0(★★★★)
  1. 1959년에 설립되어 한때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금융회사로 명성을 날렸으나 2000년 8월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에 인수되었다. [본문으로]
  2. 누드 댄서가 관객의 무릎에 앉아 추는 선정적인 춤 [본문으로]
  3. 투자은행원들은 저녁을 거의 사무실에 배달시켜 먹는다.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하니까, 거의 매일 사무실에서 사는 셈이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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